
AI가 스마트폰이나 PC 안에서만 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이동통신망도 AI가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조절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와 일본 NTT 도코모가 최근 검증한 AI-RAN도 이런 흐름에 있는 기술입니다.
두 회사는 AI가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특성과 주변 무선 환경을 분석해 통신 품질이 나빠질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사용자별로 적절한 네트워크 설정을 적용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했습니다.
올해 1월 상용 네트워크와 현지 5G 시험망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비스 전송 속도 저하가 발생한 빈도는 13.1%에서 7.2%로 낮아졌습니다.
수치만 보면 꽤 눈에 띕니다. 통신 상태가 나빠진 뒤 대응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조정한다는 방향도 흥미롭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차세대 통신 이야기를 들을 때 기대만 앞서지는 않습니다.
5G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통신 환경을 경험할 것처럼 느껴졌지만, 실제 사용하면서 처음 기대했던 만큼의 차이를 충분히 체감했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AI-RAN도 단순히 “6G 핵심 기술이 나왔다”는 이야기로만 보기보다는, 어떤 기술인지부터 이번 13.1%에서 7.2%라는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실제 사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까지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AI-RAN이란? 기존 통신망과 뭐가 다를까
AI-RAN에서 RAN은 Radio Access Network, 우리말로는 무선 접속망을 뜻합니다.
이름부터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마트폰과 이동통신망을 기지국을 통해 연결해주는 구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AI-RAN은 여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통신망이 상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설정을 스스로 최적화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AI를 활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차세대 무선 접속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삼성전자와 NTT 도코모의 기술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모든 사용자에게 똑같은 설정을 적용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기지국에 연결된 스마트폰에 같은 네트워크 설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이번 기술은 사용자의 이동 경로와 서비스 이용 패턴, 그 순간의 무선 환경을 함께 살펴보고 앞으로 품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측합니다.
필요하다면 사용자별로 적절한 주파수 대역 등 네트워크 설정도 선택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AI-RAN은 스마트폰 설정에 새로운 AI 버튼이 하나 생기는 기능이 아닙니다. 이용자가 직접 켜고 끄는 기능이라기보다는 통신망 뒤에서 작동하면서 연결 품질을 조정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제대로 상용화된다면 사용자가 매번 “AI가 지금 뭘 했구나”라고 알아차리기보다, 이동하면서 영상을 보거나 통신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이전보다 연결이 안정적이라는 결과로 느끼게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삼성·NTT 도코모의 13.1%→7.2%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번 발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역시 13.1% → 7.2%입니다.
삼성전자와 NTT 도코모는 올해 1월 일본 상용 네트워크와 현지 5G 시험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서비스 전송 속도 저하가 발생한 빈도가 13.1%에서 7.2%로 줄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5.9%포인트가 낮아졌고, 기존 13.1%를 기준으로 보면 약 45% 감소한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스마트폰 통신 끊김이 실제로 45% 줄었다”고 받아들이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번 결과는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AI-RAN을 전국 상용 서비스에 적용한 뒤 측정한 수치가 아닙니다. 상용망과 5G 시험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입니다.
따라서 AI가 품질 저하를 예측해 사용자별 네트워크를 최적화했을 때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결과의 의미가 작은 것은 아닙니다.
통신 품질은 최고 다운로드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니까요. 평소에는 속도가 충분해도 이동하는 순간 영상이 멈추거나, 특정 장소에 들어가면서 화질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게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기술에서 봐야 할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고속도 기록을 더 높이는 것이 아니라, 통신 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를 먼저 찾아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응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AI는 어떻게 통신 품질이 나빠질 걸 미리 알까
원리를 너무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지지만, 큰 흐름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AI는 사용자의 이동 경로와 평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패턴을 학습하고, 현재 주변의 무선 환경까지 함께 분석합니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품질이 나빠질 징후가 보이면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적절한 네트워크 설정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동하면서 고화질 동영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영상이 이미 끊긴 뒤 다른 주파수나 연결 설정으로 바꾸는 방식과, 지금 이동 방향과 주변 환경을 봤을 때 잠시 후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설정을 조정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습니다.
AI-RAN이 지향하는 쪽은 후자입니다. 삼성전자도 동영상 전송 속도가 느려져 버퍼링이나 화질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AI가 이를 미리 예측하고 최적화된 네트워크 설정을 자동 적용하는 사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를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통신망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데이터 처리 방식도 함께 손봤습니다.
모든 무선 환경 정보를 무조건 모아 처리하기보다 사용자가 겪는 문제에 필요한 정보만 골라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AI를 도입했더니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아져 망이 더 복잡해지는 상황까지 고려한 셈이죠.
기술 이름만 보면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 방향은 꽤 현실적입니다.
문제가 생긴 뒤 복구하는 통신망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먼저 보고 대응하는 통신망으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왜 AI-RAN이 6G 핵심 기술로 거론될까
AI-RAN이 계속 6G와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앞으로 통신망이 단순히 전송 속도만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와 로봇, 산업 장비처럼 연결되는 기기가 늘어나고 서비스의 종류도 복잡해질수록 모든 상황을 사람이 미리 정해놓은 규칙만으로 처리하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결국 네트워크가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와 NTT 도코모도 이번에 개발한 데이터 처리 절차를 지난 2월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인 3GPP에 공동 기고하며 6G 표준화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AI-RAN 검증을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 하나로 끝내지 않고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연결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NTT 도코모 역시 다른 통신사와의 협력에서도 AI-RAN을 6G로 가는 핵심 기술 흐름 중 하나로 다루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SK텔레콤과 발표한 공동 백서에서는 가상화 무선망의 발전과 AI-RAN으로 이어지는 기술 조건을 정리하면서, 향후 5G 진화와 6G 시대를 위한 기술 검증과 국제 표준화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6G에서 AI는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는 부가 기능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통신망 자체를 운영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에도 AI가 깊숙이 들어가는 것, 이것이 AI-RAN이 6G 핵심 기술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5G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는데, 6G는 다를까?
여기까지 보면 AI-RAN은 분명 기대할 만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저는 6G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5G를 떠올리게 됩니다.
5G가 지금 전혀 쓸 수 없는 통신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2025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국내 5G 전국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73.55Mbps로 측정됐습니다.
주요 지역의 5G 접속 가능 비율 평균도 97.69%였습니다. 현재 5G망이 실제로 넓게 구축돼 있고 상당한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자체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같은 평가에서 대도시의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1,089.72Mbps였지만 농어촌은 617.47Mbps였습니다. 472Mbps가 넘는 차이입니다. 실내시설과 고속철도 일부 구간에서는 5G 접속이 미흡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전국 평균 숫자가 빠르다는 것과 내가 있는 장소에서 항상 비슷한 품질을 체감한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5G 초기 기대와 실제 구축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는 28GHz 대역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2018년 통신 3사에 3.5GHz와 28GHz 주파수를 함께 할당하고 망 구축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3.5GHz는 세 회사 모두 구축 의무를 충족했지만 28GHz는 크게 미달했습니다. 2022년 정부 평가 결과 KT와 LG유플러스는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 통보를 받았고, SK텔레콤은 이용기간 단축과 추가 구축 조건을 부과받았습니다.
소비자가 느꼈던 실망이 단순히 기대가 너무 높아서 생긴 것만도 아닙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가 5G를 광고하면서 ‘최고속도 20Gbps’,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2GB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다운로드’ 등의 표현을 사용한 행위에 대해 거짓·과장 또는 기만 광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 구현할 수 없는 기술표준상의 목표 속도를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고, 총 33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직접 지켜본 사용자라면 “이번에는 6G다”라는 말만 듣고 바로 기대하기가 조심스러운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저 역시 AI-RAN이라는 기술 방향 자체는 꽤 흥미롭다고 봅니다. 최고속도를 더 높이는 이야기보다 통신 품질이 나빠질 가능성을 미리 알아채고 대응한다는 접근은 오히려 실제 사용 환경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13.1%에서 7.2%로 낮아졌다는 검증 결과와 전국의 일반 사용자가 체감할 서비스 사이에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 확인한 효과가 실제 기지국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하고, 장비 구축과 운영 비용도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특정 도시나 제한된 구간이 아니라 충분히 넓은 지역에 적용됐을 때도 비슷한 품질을 낼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5G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단순합니다.기술적으로 가능한 최고 수준과 사용자가 돈을 내고 매일 경험하는 서비스는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AI-RAN과 6G를 볼 때도 “얼마나 빠른가”만 보는 것보다는, 얼마나 넓게 구축되는지, 지역과 장소에 따른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일반 사용자가 실제로 안정성을 체감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와 NTT 도코모가 이번에 확인한 13.1%에서 7.2%라는 결과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AI가 사용자별 통신 품질 저하를 미리 예측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네트워크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6G가 통신 끊김 문제를 해결한다”고 앞서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직은 기술을 검증하고 표준화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봐야 할 부분은 이 기술이 연구 결과를 넘어 실제 상용망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용되느냐일 겁니다.
5G 때처럼 기술적인 최고치가 먼저 기대를 끌어올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사용자가 “예전보다 이동할 때 덜 끊기고, 어디서든 좀 더 안정적이네”라고 느낄 수 있는 서비스로 이어지는 것. AI-RAN과 6G의 진짜 평가는 그때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자료
삼성전자 뉴스룸 – AI-RAN 통신 품질 검증
NTT 도코모 – AI-RAN·vRAN 공동 백서
스마트초이스 – 2025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5G 28GHz 이행점검
공정거래위원회 – 5G 속도 광고 제재



